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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탄소중립 시대, 원전의 부활인가? (The Return of Nuclear Power in the Era of Carbon Neutrality?)

by visanggu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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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에너지 정책의 큰 흐름이 다시 원자력 발전으로 향하고 있다. 탈원전을 외치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국내외에서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다시 원전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다시 주목받는 원자력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각국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석유 의존도가 높아지자 에너지 안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원자력 발전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원전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9%로 설정되었다. 이는 재생에너지(32.4%)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여전히 주요한 기저 전원으로서 원자력이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신규 원전 2기(신한울 3·4호기)의 건설도 재개될 예정이며,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도 적극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원자력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물론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 역시 탄소 배출이 없지만, 간헐적인 공급 특성과 낮은 출력 밀도 때문에 기저 전력으로는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도, 친환경에너지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원자력을 '녹색 분류체계(Taxonomy)'에 포함시키며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기술로 인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자력 없이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국민 인식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

하지만 원자력 확대에 대한 모든 의견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원전 건설이나 재가동과 관련된 논쟁이 지역 사회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원전 확대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원전의 안전성 강화는 물론,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 방안에 대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공존 전략

미래의 에너지 정책은 단일한 해법이 아닌, 다양한 에너지원이 조화를 이루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즉, 원자력과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며 함께 가야 한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력을 공급하고,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밤에는 원전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이러한 다원화된 구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양축으로 삼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 다시 떠오른 원전,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가

우리는 이제 단순히 '탈원전 vs 친원전'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 기후 위기, 에너지 안보, 전기요금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은 분명 중요한 대안 중 하나다. 하지만 기술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도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앞두고, 우리는 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라보아야 한다. 원자력은 그 자체로 해답은 아니지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 속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친환경에너지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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